PyconKR 2018 후기

2018-08-20

어제 pyconKR 2018이 끝났습니다. 작년엔 일반참가자로 참가했고 올해는 자원봉사자로 참가했습니다. 왜 자원봉사를 신청했냐고 질문을 많이 받아서 여기에 적어봅니다.

  1. 요새 자신감이 떡락했고 본인이 쓰레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쓸모있는 사람이 되고싶기도하고, 자신감 회복을 위해 여러가지를 시도하고 있었습니다. 파이콘 일정 중에 고향에 내려가는 일정이 껴있어서 파이콘 참가자체를 고민하고 있었으나, 마침 파이콘 자원봉사 신청 마지막날이길래 호다닥 표를 사고 호다닥 자원봉사 신청을 했습니다.
  2. 파이콘에서 세션듣고 부스 돌아다니는 것 외의 활동을 해 보고싶었습니다.
  3. 누군가가 저를 집에서 꺼내주지않으면 제 발로 밖에 나가지 않습니다… 밖에 나가서 새로운 사람들 좀 만나고 환기해야할 필요를 느꼈기에 강제로 밖에 나가는 일정을 만들었습니다.

이제 시간순으로 적어보겠습니다.

7월 26 목요일

파이콘 사전모임에 참가했습니다. 직장인이 아니었기 때문에 조금 이른 시간에 도착했고 모르는 사람들이 대다수에 덥기도해서 가만히 있었습니다. 더운기분이 좀 사라지고 나니까 영 어색해서 제 주변 두 분께 말을 걸었습니다. 아무말(?)을 하며 즐겁게 보냈습니다.
발표자/자원봉사자/준비위원회/스폰서 모두가 참석했었고 파이콘 일정이 어떻게 진행될 예정이고, 각자의 역할에 대해서 안내를 받는 시간이었습니다. CoC(Code of Conduct)를 여러번 강조해주십니다. CoC는 매우 당연한 내용을 담고있지만, 세상엔 다양한 사람들이 있기에(…) 이런 부분을 성명서로 남겨서 여러번 강조해주는 점이 좋았습니다.

8월 17일 금요일

백인서트에 참가했습니다. 이 날 아침에 고향에서 차 타고 올라오자마자 코엑스로 갔습니다. 올해 파이콘은 1800명이 조금 넘는 인원이 참석을 신청해주셨으며, 굿즈양이 상당히 많습니다. 먼저 도착하자마자 굿즈들을 좀 옮기고 저녁을 제공해주는데… 파이콘은 좋은 행사입니다. 피자먹는 사진 한장으로(…) 예전 프로젝트 팀원에게 연락이 왔고 근황을 알기위해 약속을 잡았습니다. 제가 봐도 너무 행복해 보여서 놀랬습니다..ㅋㅋㅋ

백인서트 저녁식사

백인서트 당일 사람들이 꽤 온듯해서 물량 1800개 ‘정도’는 금방 처리될 줄 알았으나.. ‘1800’은 결코 작은 숫자가 아니었습니다. 택배상하차 간접체험이 가능합니다. ‘아 차 끊기기전에 집에 갈 수 있을까..’이랬으나 다행히 10시 쫌 넘어서 정리가 다 되었습니다. 몸은 좀 힘들었지만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몸이 힘들수록 친해지는 듯(?) 합니다.

8월 18일 토요일

파이콘 3일차이자 컨퍼런스 1일차입니다. 오전 7시에 코엑스에 도착해서 행사장 세팅을 하고, 저는 이 날 오전 8:00-11:00 등록부스에서 등록을 맡았습니다. 참가부스에 있는 스태프의 일은 크게 두 가지가 있었습니다. 참가자의 성함, 메일, 옷사이즈를 확인하고 이름과 소속이 적힌 목걸이를 전달하는 역할과, 백에 해당 사이즈의 옷을 넣어서 챙겨드리는 역할입니다. 제 역할은 전자였고 앉아서 진행하기 때문에 몸이 덜 힘들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백에 옷찾아서 넣어주시는 분들은 계속 움직이고 앉는 등.. 허리와 다리에 무리가 가는 활동이었기 때문입니다. 3시간 연속으로 말을 크게 하다보니 목이 아팠고 겉으로 보기엔 (비교적) 쉬워보이지만, 쉬운일이 없다는 것을 몸으로 느꼈습니다. 직접 접수를 진행하다보면 아는 개발자들을 여럿 만날 수 있는데 이게 그냥 밖에서 보는거랑 느낌이 달랐습니다. 굉장히 반가웠고 즐거웠습니다.

우어어어 부스 돌아다니다가 밥을 먹고 13:00에 있는 체육시간에 참가했습니다. 작년에 없던 프로그램이어서 너무 들뜬 마음으로 파이콘 페북에 체육시간 공지 올라오자마자 신청을 했습니다! 체육시간은 한 회차마다 20분이고, 사무실에서 스트레칭 방법을 알려주는 프로그램입니다. ‘어깨를 지긋이 누르세요’를 따라 하는데 어깨가 너무 아파서 깜짝 놀랬습니다.

체육시간을 즐기고나서 세션을 들으러 갔습니다. 구동수님의 “파이썬으로 네트워크 장비 테스트 자동화 하기”였습니다. 개인적으로는 13:40에 시작하는 세션중에서 제일 눈에 띄었습니다. ‘자동화’라는 키워드 자체가 제 눈에 훅 들어온다고 해야할지, 네트워크라는 분야자체가 저에겐 생소한 분야여서 궁금하기도하고..? 여튼 저는 그런 이유로 세션을 들었고, 이 날은 이 세션 말고는 들은게 없습니다. 사실 이 세션 바로 다음 세션도 듣고 싶었으나 몸이 무거워서 쉬고싶었고 중간중간 일손 부족하다고 하면 가서 일 조금 돕고, 부스 돌고.. 그랬습니다.

라이트닝 토크는 작년도 올해도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5분 발표여서 그런지 머릿속에 강하게 남습다. “파이썬으로 파이콘하기”가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언젠가 발표자료 아래에 자막을 넣는것을 시도해 봐야겠다고 생각만 했으나.. 올해도 생각만 합니다… 발표할 일이 생기면 까먹지 않고 시도해봐야겠습니다.

일정이 끝나고 나서 행사장을 정리하고 저녁을 함께 먹습니다. 발표자 분들도 함께 먹었는데 마침 당일 유일하게 들은 세션의 발표자분이 옆에 계셨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작년과 달리 올해는 코드파이트? 형식으로 진행하는 부스가 꽤 많았습니다. 그걸 참가하고 싶었는데 저녁먹고 집에 돌아가니 10시 반쯤이었고 피곤해서 뻗어잤습니다. 슬픈체력을 가지고 있어서 안타까웠고 ‘운동을 안하고 체력을 키울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망상하다가 잤습니다. 역시 그런 방법은 없습니다.

8월 19일 일요일

파이콘 4일차 마지막 날입니다. 오전 8시에 코엑스에 도착해서 행사장 세팅을 하고, 저는 이 날 101호 10:00-15:40의 세션 러너였습니다. 무전기를 살면서 처음 써봤습니다. 어릴 때 문방구에서 무전기가 멋져보여서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비싸서 못샀고, 그렇게 잊고 살던 소망을 이 날 이루었습니다. 어릴 때 제가 느낀 무전기의 이미지는 ★간★지★폭★발★ 이었는데 나이먹고 본 무전기는 사실 그렇게까지 멋진건 아니더군요. 무전기 이전에 폴더폰-스마트폰을 먼저 겪다보니… 여튼 세션러너의 역할은 발표 전 발표화면 전환, 발표 끝나면 화면 전환 및 노래 켜기, 중간에 생기는 일들을 무전으로 전달하고 전달 받기, 뒤에 서 계시는 분들 앞에 앉아달라고 보내기 등.. 입니다. 세션러너의 장점은 원하는 해당 호실에서 진행하는 세션을 들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실제로도 그렇게 역할을 배분하기 때문에 자원봉사한다고 원하는 세션을 못듣는 일은 없습니다.

세션 중간중간 밖에 돌아다니면 별별 대화를 다 듣게됩니다. 열린공간이고 많은 사람들이 왔다갔다 하기 때문에 제 의지와 상관없이 듣게되는 내용들이 적지 않게 있습니다. 구체적인 내용은 생략하고,

  • 목걸이는 파이콘 출입증 역할을 하며, 첫 날 받은 목걸이는 다음날에도 챙겨와야합니다.
  • 가방이건 어디건 보이는 곳에 목걸이를 걸어주시면 외부인과 구분이 쉽습니다.

아래 사진은 파이콘 행사 전날에 받은 메일 중 일부입니다. 위 첫 번째 내용은 잘 모르시는 분들이 꽤 보여서 의아했는데, 메일에 해당 내용 안내가 있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pycon 전날 메일

세션러너인 덕분에 맨 마지막에 진행되는 세션을 제외하고 다 들었습니다. 피곤해서 빈백에 잠시누웠고 저도 모르게 딥슬립을 했습니다. 깨고 보니 라이트닝 토크가 이미 반쯤 시작을 했었고 103호에 들어가서 나머지 라이트닝 토크와 클로징을 들었습니다.

이 날도 행사가 끝나고 나서 저녁을 함께 먹었는데 재미있는 이야기많이 듣고 정말 즐거웠습니다. 자원봉사하면 아침-점심-저녁 다 제공 받습니다! 밥 걱정말고 자원봉사를 즐길 수 있습니다!

끝으로…

영어..영어…으윽

자원봉사자 내에 외국인이 있었는데 영어를 능숙하게 못해서 아쉬웠습니다. 좀 이런저런 이야기를 더 하고 싶었는데 정말… 17일 백인서트 할 때 ‘안대’라는 단어를 어떻게 영어로 말해야할지 생각이 안나서 이런 상황을 겪었습니다.

나: "음..? 아이패치.. 아이.. 음.. 아이실드..아이.."
noah: "oh, eye mask?"

사실 저런 단어들은 바로 튀어나올 줄 알았는데 충격먹었습니다. 영어를 듣고 읽는건 거의 매일 하는 활동이지만 말할일이 없다보니 그런듯합니다. 영어를 좀 능숙하게 말하고싶습니다.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는데 어학원다니는게 답인지, 음.. 모르겠습니다. 흑흑

세상에 contribution하는 방법

저는 파이콘이 추구하는 방향이 매우 마음에 듭니다. 저는 어릴때부터 개발하던 사람도 아니고 대학입학해서 처음으로 헬로월드 찍어보고 시작한 사람이기 때문에 경험이 그리 많지도 않고 엄청 많은 활동을 한 것은 아닙니다만, 제가 참여한 개발관련 행사중에서 제일 마음에 듭니다. 이런 글을 쓰면 내년에 더 많은 분들이 파이콘에 함께해주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후기를 남깁니다. 자원봉사 전에는 큰 생각은 없었으나 자원봉사 이후에 이러한 방향에 기여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SNS에 똥글을 싸는 것보단 집밖에 나와서 직접 행하는 것이 이러한 방향에 힘을 실어준다고 생각합니다. 이만 후기는 이쯤에 마무리 짓고 올해 본 분들을 내년 파이콘에서도 뵈었으면 좋겠습니다.